이날 속리산 입구에 서 있는 정이품송(천연기념물 제103호) 역시 차가운 진눈개비와 무거운 습설을 온몸으로 위태로운 시간을 견뎌야 했다. 과거 진눈개비 폭설은 정이품송의 운명을 여러 차례 뒤흔든 바 있다. 1993년과 1998년, 굵은 가지 두 개가 부러지며 균형이 무너졌고, 2000년대 들어서도 태풍과 폭설로 네 차례나 더 가지가 파손됐다. 한때 완벽한 대칭을 이루던 위풍당당한 정이품송의 자태는 이제 기억 속 풍경이 됐다. 그렇기에 이날 현장에서 진행된 '제설 작업'은 더욱 신중했어야 했다. 이날 오후 들어 눈이 그치지 않자 보은군은 정이품송 가지 위 눈을 털어내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선택된 방식은 안전한 방법이 아니라 장대를 길게 연결해 고리를 만들어 가지에 걸고 흔들어 눈을 떨어뜨리는 방식이었다. 크레인 장비를 활용해 높이 올라가 조심스럽게 눈을 털어내는 방식이 아니라, 재래식 물리적 흔들기였다. 이를 현장에서 지켜보는 이들은 조마조마했다. 가지를 흔드는 순간마다 눈과 함께 작은 솔잎과 잔가지들이 떨어졌다. 이처럼 이미 균형을 잃은 노송에게 '흔들림'은 또 다른 부담이 될 수 있다. 반복적인 물리적 충격은 상처를 남기고, 그 상처는 시간이 지나 다시 균열과 부러짐의 원인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일이다. 과연 이것이 보은군과 나무병원에서 온 전문가들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는가. 천연기념물 103호인 정이품송은 단순한 노송이 아니다. 600년 세월을 견뎌온 보은의 상징이며, 세조 행차의 전설을 간직한 문화재다. 그렇다면 폭설이나 태풍이 예보될 때 적용되는 구체적인 보호 매뉴얼은 존재하는가. 단계별 대응 체계와 전문 장비 투입 기준은 마련돼 있는가. 문화재 관리가 국가유산청의 지침에 따른다 하더라도, 현장을 관리하는 주체는 결국 지방자치단체다. "우리가 천재지변을 어떻게 막겠느냐"는 인식이나 "수령이 오래됐으니 어쩔 수 없다"는 태도는 올바른 행정이라 부르기 어렵다. 한 나무 조경 전문가의 말처럼, 고목일수록 나무는 충격에 더욱 취약하다. 세밀한 관리와 사전 대비가 없다면 작은 흔들림도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정이품송은 스스로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매번 폭설과 태풍을 겪을 때마다 몸으로 흔적을 남겨왔다. 보은군은 과연 정이품송을 진정으로 아끼고 보호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눈을 털어내는 방식이 보호인지, 또 다른 위험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600년을 버틴 노송이 앞으로의 100년을 견딜 수 있을지는, 오늘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대하느냐에 달려 있다.
보은e뉴스 admin@boeunenews.com Fatal error: Call to undefined function banner() in /home/boeun/public_html/read_db.php3 on line 126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