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대의 관광은 곧 지역의 경쟁력이다. 전국의 많은 지자체들이 생존을 걸고 관광에 모든 역량을 쏟아붓는 이유다. 최근 운영자는 젊은 커플 유튜버들이 올린 국내 여행 영상을 여러 편 본 적이 있다. 영상에 담긴 지역은 저마다 달랐지만, 이들이 열광한 장소들은 놀라울 만큼 비슷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어디서나 접할 수 있는 유명 관광지가 아니라, 그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디저트와 향토 음식, 오래된 골목을 개조한 감성 카페, 버려진 방앗간을 재탄생시킨 미술관 등, 독특한 콘셉트의 공간에서 '인생샷'을 남길 수 있는 포토존까지. 수 십만 조회 수를 기록하는 영상들은 요즘 MZ세대가 어디를, 왜 찾아가는 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던 중, 문득 '아, 보은은…'하는 아쉬움이 몰려왔다. 젊은 세대가 일부러 찾아올 만한 매력적인 콘텐츠가 우리 지역에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현실을 새삼 절감하게 된 것이다. 마치 보은은 MZ세대의 여행 지도에서 아예 지워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처럼 21세기 관광은 MZ세대의 발길이 닿는 곳이 명소가 되고, 인플루언서 한 명의 유튜브 영상이 수만 명의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시대다. 예전처럼 TV에 몇 차례 나왔다고 해서 관광객이 몰리는 시대는 지났다. '찾아가게 만드는' 시대에서 '찾고 싶게 만드는' 시대로 바뀐 지 오래다. 이 같은 변화를 전국의 많은 지자체들은 한발 앞서 일찌감치 꿰뚫어 보고, 발 빠르게 움직여왔다. 이들은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카페와 맛집을 육성하는 것은 물론, 특색 있는 박물관과 식물원, 몰입형 미디어 전시관, 연인을 위한 레포츠 시설까지 두루 갖춘 ‘복합 문화공간’을 조성해 수백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충남 예산시장의 사례는 특히 눈에 띈다. 낡은 전통시장에 새로운 콘텐츠를 입혀, 주말이면 수만 명이 몰리는 명소로 변모했다. 이러한 변화는 결코 먼 지역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바로 옆 진천군은 방치되다시피 했던 '진천 농다리' 일대를 감각적인 경관과 축제로 재해석 해 연간 200만 명의 관광객을 끌어 모으고 있다. 이로 인해 인근 식당과 카페는 문전성시를 이루며, 농다리는 진천군의 관광과 지역 경제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괴산군 역시 산막이옛길과 더불어 '할매 크로플' 같은 트렌디한 콘텐츠로 전통시장을 2030세대의 필수 코스로 만들었고, 옥천군은 향수 500리길을 앞세워 '걷고 싶은 군'으로, 영동군은 '국악과 와인의 고장'이라는 확고한 정체성으로 자신들만의 관광 전략을 완성해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보은군은 어떤가? 지난 30여 년간 '대추 산업'이라는 의미 있는 성과를 제외하면, 관광 분야에서는 이렇다 할 발자취를 남기지 못한 채 시간만 흘려보냈다. 이웃 지자체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미래를 만들어가는 사이, 보은군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새로운 콘텐츠를 발굴하기보다는, 낡은 방식에 막대한 예산을 반복적으로 투입해온 것이 오늘의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속리산 말티재다. 1천억 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됐지만, 주말이면 전국의 새로운 관광지들이 북적이는 동안 속리산은 여전히 한산하다. 따라서, 이 실패의 본질은 관광을 이끌어갈 철학과 전략의 부재에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감성과 공유를 중시하는 MZ세대의 흐름을 읽지 못한 행정은 즉, 운동장과 체육관, 주차장 같은 '하드웨어' 중심의 투자와 차별성 없는 축제 개최라는 낡은 공식만을 되풀이해 왔다. 그 결과, 오랜 시간 이를 지켜본 군민들에게 남은 것은 기대가 아닌 실망, 희망이 아닌 답답함이었다. 지방소멸이 더는 가정이 아닌 현실이 된 지금, 관광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그럼에도 무전략·무비전의 관광 행정이 계속된다면,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뒤 '보은'이라는 지명조차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질지 모른다. 우리가 더 이상 '나중에'나 '다음에'라는 말로 책임을 미룰 수가 없는 이유다. "지금 보은은 어디에 있는가?" 이 절박한 질문 앞에 또다시 침묵하는 순간, 우리는 미래를 스스로 저버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지역의 미래는, 외부가 아닌 우리 지역 스스로가 만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보은e뉴스 admin@boeunenews.com Fatal error: Call to undefined function banner() in /home/boeun/public_html/read_db.php3 on line 126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