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사고, 머무를 이유 없는데'…35억 사업 방향은?

"분수 하나 세운다고 사람들이 오나", 주민 여론 싸늘
2025. 07.07(월) 23:03

보은군이 보청천에 35억 원을 투입해 대규모 음악 분수를 조성하는 사업을 공식화하고, 최근 인근 지자체 견학까지 마치며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업이 과거 비판받았던 '콘텐츠 없는 하드웨어 투자'를 답습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주민들의 우려는 근거 없는 것이 아니다.

지난해 완공한 속리산면 정이품송공원 인공폭포로부터 보은읍 씨앗공원, 뱃들공원 재정비까지, 최근 몇 년간 이어진 대규모 시설 투자는 주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례로 군은 최근에 14억 원을 들여 보은읍 뱃들공원을 재정비했지만, 일부 주민들 사이에선 "공원 정비는 좋지만, 도대체 무엇을 했기에 14억 원이나 들어갔는지 의문"이라며 공사비 책정에 대한 불신까지 드러내기도 했다.

또한, 9억 5천만 원이 투입된 보은읍 '씨앗공원'은 사업 시행 당시 주민들 사이에서 "생뚱하다 못해 왜 여기다 공원을 만들었는지 이해하기가 어렵다"는 냉소적인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주민들은 "시장을 살리는 상권 활성화를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에는 신경 쓰지 않고, 계속 이 같은 사업에만 몰두하는 것이 답답하다"며 "보은읍에 와야 할 다른 이유가 없는데, 분수 하나만 덩그러니 설치한다고 해서 과연 사람들이 찾아오겠느냐"며 핵심을 꼬집었다.

이처럼 주민들이 현장에서 체감하는 이러한 문제의식은, 행정의 정책 방향과 괴리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최근 보은군의회가 주최한 '인구 소멸 위기 및 지역 경제 활성화 대응 전략'이란 세미나에서 상권 전문가인 민대식 센터장(경주시 행복황촌 도시재생 지원센터)은 "많은 지자체가 상권이나 주민에 대한 이해 없이 하드웨어 투자에 집중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보은군도 이와 같은 현실에 직면해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속리산과 법주사라는 훌륭한 관광 자원을 가진 보은군이, 이제는 관광객들을 읍내로 끌어들일 '결정적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발맞춰 윤대성 군의장 또한 "속리산을 찾는 관광객들이 보은읍으로 유입돼 '먹고, 사고, 자고'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지역 상권활성화의 핵심"이라며 의회의 역할을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먹고, 사고, 자고' 갈 이유를 만드는 소프트웨어 전략 없이, 또다시 수십억 원짜리 시설물만 세우려는 현재의 사업 방향은 위와 같은 문제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렇듯 수십억 원을 들여 외형만 화려한 시설을 만든다고 관광객이 저절로 찾아오는 시대는 지났다.

앞서 윤 의장이 언급했듯이, 머물 이유가 없는 곳에 분수 하나만 세운다고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진 않는다.

이는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대형분수가 주민들의 여가시설로서 기능마저 불분명한 상황에서, 또 하나의 생뚱맞은 조형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따라서 이번 음악 분수 사업 계획은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많다.

대형 분수설치 사업이 관광과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는 실질적 '수단'이 되려면, 지금부터라도 "어떻게 사람들을 보은읍내로 불러들여 머물게 할 것인가"에 대한 이유와 전략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35억 원의 막대한 예산은 지역 경제의 마중물이 아닌, 또 하나의 '생뚱한' 시설물로 남게 될 것이다.


보은e뉴스 admin@boeun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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