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사업은 부실대출만 막고, 직원의 도덕적 해이만 방지하면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하지만 농협의 진정한 존재이유는 조합원이 생산하는 농산물을 제값에 팔아주는 경제사업에 있다. 보은농협 관계자는 "농협이 관심을 두고 제대로 해야 하는 건 경제사업이다. 조합원들이 땀 흘려 키운 농산물이 제값을 받아야 농민도 살고 농협도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농산물 가격의 불안정 ▷온라인 중심의 유통 변화 ▷소비 트렌드의 변화 등으로 인해 기존 방식으로는 농산물 판매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 결과, 조합원들이 땀 흘려 생산한 농산물이 제때에 제대로 판매되지 못하고, 헐값에 넘겨지거나, 심지어는 폐기되는 상황까지 빈번히 발생되고 있다. 이는 농협이 농민의 경제적 버팀목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비판으로 이어지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 제 역할 못하는 로컬푸드, 농심은 답답하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시도로 전국의 각 단위농협들은 지역 농민이 생산한 농산물을 지역 소비자에게 직접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로컬푸드 매장'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와는 거리가 매우 멀다. 대부분의 로컬푸드 매장은 판매 부진과 소비자들의 무관심 속에 이름만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은농협 하나로마트 내 소규모 로컬푸드 판매도 역시 마찬가지다. 협소한 공간은 다양한 농산물을 찾아보기 어렵고,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기에도 부족하다. 결국 '로컬'이라는 이름만 있을 뿐, '푸드'로서의 매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정선 오일장에서 본 '(물건을) 살 수밖에 없는 구조'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보은농협 조합장 등 임직원들이 지난 2일, 강원도 정선 오일장을 방문했다. 단순한 견학이 아닌, 지역 농민과 상인이 주도하는 활력 넘치는 시장의 시스템을 배우고, 보은농협에 적용 가능한 판매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매달 2일과 7일에 열리는 정선 오일장은, 지역 특색을 담은 농·특산물과 다양한 먹거리, 풍성한 볼거리로 관광객들의 발길을 사로잡는 성공적인 모델로 잘 알려져 있다. 이날 보은농협 임직원들이 방문한 날은 주말을 앞둔 평일(금요일)이었음에도 시장은 활기가 넘쳤다. 아울러 지역 농민들이 직접 판매하는 신선한 제철 농산물과 정선 시장만의 특색 있는 먹거리로 방문객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했다. 또한 정선 오일장은 무엇보다 지역 농민과 상인이 주도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며, 정선군의 계절감과 지역성이 자연스럽게 녹아든 그 자체가 경쟁력이라는 것을 단번에 실감할 수가 있었다. ◆ 강원도 정선시장과 보은농협이 무슨 관계가 있느냐?는 질문
물론 이번 방문을 두고 일부에서는 "정선시장과 보은농협의 경제사업이 무슨 관련이 있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정선시장은 농협이 직접 운영하는 시장이 아닌, 지역 상인과 자치단체가 중심이 된 오일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은농협의 정선시장 방문은 단순히 '시장 장터를 배우자'는 의미를 넘어선다. 어떠한 농·특산물이 도시 소비자에게 인기를 끄는지, 어떻게 포장하고 진열해야 고객의 손길을 이끌 수 있는지, 시장과 관광이 어떻게 연결되어 농산물 판매로 이어지는지 등 소비 심리와 유통 구조를 현장에서 직접 관찰하고 학습하기 위한 목적이다. 농협 측 관계자는 "직접 현장을 보고 나니, 시장이 왜 살아 있는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우리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걸 절감했다, 보은농협이 보다 더 경제사업에 관심을 기울여 농민과 조합원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제대로 팔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야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은농협이 구상하고 고민하는 것은 단순한 판매장 확대가 아니라, 보은읍 시장 상권과 연계해 서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로컬푸드 플랫폼이다"라며 "시장상권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하나씩 고민해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 보은에도 가능한가? 핵심은 '시장 연계형 로컬푸드'
농협이 진정한 역할을 다하려면 농민과 조합원, 지역 내 상인, 행정기관 등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이들 모두가 협력해 지역 실정에 맞는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농협도 살고, 농민도 살며, 지역 경제도 함께 성장할 수 있다. 이를 위한 방안의 하나로 보은읍 시장 상권과 자연스럽게 연결된 동선 안에 조합원 농산물을 소개하고 판매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러한 공간은 상설 운영보다는 계절별 테마형 기획전(예: 봄나물 장터, 여름 과일 축제, 가을 농·특산물 행사, 겨울 김장 판촉행사 등)과 같은 형태로 운영될 수 있으며, 소비자들의 관심을 유도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이동형 로컬푸드 마켓이나 야외 직거래 장터를 통해 보은의 주요 관광지나 문화행사와 연계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지역 내 소비자뿐만 아니라 외부 관광객까지 유입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아이디어들이 실행되기 위해서는 지역 상인과 조합원이 주도하고, 농협과 행정기관이 이를 함께 뒷받침하는 유기적 협력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지역 상인과 조합원이 중심이 되고, 농협과 행정이 이를 뒷받침하는 구조 속에서 새로운 시장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서다. 이러한 연계를 통해 시장상권도 활성화하고, 로컬푸드도 새로운 판매 모델을 제시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결국 로컬푸드는 '농협 하나로마트 안의 코너'가 아닌, 지역 주민과 조합원이 함께 상생하는 '시장 속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 미래를 위한 경제사업, 지금이 시작이다. 농협의 본질은 조합원이 양질의 농산물을 생산하도록 지원하고, 그 농산물이 제값을 받고 판매될 수 있도록 돕는데 있다. 이것이 바로 농협이 존재하는 이유이자 경제사업의 핵심 가치다. 최근 보은농협은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한 다양한 실험과 벤치마킹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정선 오일장 방문 역시 그 일환으로, 농협 스스로가 지역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데 진지한 자세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보은농협 경제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김경숙 본부장은 "이번 방문은 단순한 견학이 아니었다. 조합원이 생산한 농산물이 왜 제대로 팔리지 않는지, 소비자는 어떤 이유로 발길을 멈추는지 현장에서 직접 체감할 수 있었다"며 "작은 일부터라도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희망을 얻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은농협은 앞으로도 조합원과 지역사회가 체감할 수 있는 경제사업의 개선을 위해 한걸음씩 나아가겠다"라며 "유통의 변화와 소비 패턴의 전환 속에서 농협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분명 존재하며, 그 해답은 결국 현장에서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보은e뉴스 admin@boeunenews.com Fatal error: Call to undefined function banner() in /home/boeun/public_html/read_db.php3 on line 126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