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물질 공포" 사직리 주민들, 의회 본관 앞 '읍소'

제3산단 기회발전특구 지정…특혜보다 주민 생존권 우선 '절규'
"음성군 악몽 되풀이 안 돼"…군의회에 사업 재검토 강력 촉구
2024. 11.19(화) 20:29

"우리가 원하는 건 안전하게 살 권리입니다. 산업단지 조성과 기업의 특혜보다 주민들 생존권을 먼저 생각해주십시오."

보은군 탄부면 사직리 주민들로 구성된 보은3산업단지반대투쟁위원회(이하 반투위)가 19일 오후 2시, 보은군의회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은군의 제3일반산업단지 조성 계획에 대한 즉각적인 재검토를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최근 정부의 제3산단 기회발전특구 지정 발표 이후 더욱 깊어진 주민들의 불신과 우려가 다시금 표출된 것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6일 윤석열 대통령이 강원특별자치도청에서 주재한 제8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기회발전특구에 대해 "이날 발표된 전국 6개 시·도를 포함해 총 14개 시도가 지정됐고, 앞으로 총 74조 원 규모의 기업 투자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충북도는 제천·보은·음성·진천 지역 109만6000평이 지정됐으며, 이 중 보은군은 탄부면 사직·고승리 일원에 반도체 가스 연관업체를 중심으로 25만6900평 규모의 첨단반도체 연관기업 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이날 반투위 위원들은 주민들 생존권을 위협하는 산업단지 조성 계획을 즉각 중단하고, 주민 의견을 대변하지 못하는 보은군과 군의회의 역할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반투위 위원들은 "산업단지 조성이 주민들의 삶의 터전과 생태 환경을 송두리째 파괴할 수 있다"며 "보은군의회가 ‘거수기’ 역할에만 머물지 말고, 주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얼마전 음성군 오선 일반산업단지에서 발생한 화학물질 유출 의혹 사고를 언급하며, 보은 제3산단 역시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위원들은 또 "최근 음성에서 발생한 화학가스 누출 사고로 (인근의)벼와 나무가 말라 죽고 송아지가 집단 폐사했음에도, 행정기관인 음성군과 도청은 책임을 떠넘기며 서로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보은군 또한 2년 전 삼승면 보은일반산업단지에서 발생한 디보란 폭발사고로 안전 불감증을 여실히 드러낸 바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시 폭발 사고를 일으킨 업체가 제3산단 입주 희망 기업이라는 사실에 분노를 표하며 "사고가 났어도 '사람이 죽었나?' '암에 결렸냐?'는 식으로 안일하게 대응을 하고 있는 보은군을 어떻게 믿을 수가 있냐"며 성토했다.

위원들은 "보은군은 반도체 가스 공장 입주를 걱정하지 말라"며 "안전하게 관리하겠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정부의 기회발전특구 지정 발표에 대해 " 이는 특정 기업에 혜택을 주기 위한 수단일 뿐, 주민 안전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라며 "주민들이 거주하지 않는 다른 지역에 산업단지를 조성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윤대성 군의장도 잠시 방문해 주민들의 주장을 경청했다.


윤 의장은 주민들의 우려를 듣고 “주민들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기자회견 후 반투위 위원들은 군의회 의원 휴게실을 찾아 의회의 역할 부족에 대한 불만을 거듭 표출했다.

한 주민은 "의회가 행정의 독주를 막지 못하고 주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며 "큰 실망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이에 반투위 위원들과 대화에 나선 김도화 의원은 "주민들이 느끼는 불신과 좌절에 깊이 공감한다"며 "의회가 주민 뜻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 점을 반성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 의원은 "산업단지 개발 같은 중요한 사안에서 의회가 감시와 견제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며 "(자신부터라도) 앞으로 사직리 주민들과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같은 김 의원의 발언에 대해 현장의 격앙된 분위기는 차츰 누그러졌고, 반투위 위원들은 "의회가 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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