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의 지역 서점

4개郡 서점 아예 없고… 30개 시·군 한개만 명맥 유지
2012. 12.15(토) 15:26

지역 서점이 벼랑 끝에 몰리고 있다. 조선일보가 한국출판연구소에 의뢰해 전국 249개 시·군·구 서점을 전수조사(문구도 파는 서점까지 총 2577개)한 결과 경북 영양군을 비롯해 전남 진도군, 경북 울릉군, 인천 옹진군에서는 서점이 사라졌다. 인천 강화군, 강원 고성군·양구군·양양군·화천군·횡성군, 충북 괴산군·증평군, 충남 태안군, 전북 무주군·순창군·진안군, 전남 곡성군·구례군·무안군·신안군·함평군·화순군, 경북 문경시·고령군·군위군·봉화군·성주군·영덕군·예천군·의성군·청도군·청송군·칠곡군, 경남 산청군 등 30곳은 서점이 하나뿐인 '멸종 위기' 지역으로 나타났다. 대도시라고 사정이 나은 것은 아니다. 서울 중랑구, 경기 성남시 중원구처럼 인구 5만명당 서점이 1개 미만인 시·군·구도 적지 않았다.

경북 영양군청 옆 영양초등학교는 한때 학생이 1400명에 달했지만 현재는 302명이다. 하굣길에 만난 5학년 신수빈양은 "지난달에 문제집이랑 책을 사러 안동에 다녀왔다"면서 "인터넷으로 주문하기도 하는데 읽어보며 고를 수 없어 불편하다"고 말했다. 4학년 박광희군은 "언제 서점에 가봤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러한 현실을 지역민들은 받아들이고 있었다. "근처에 도서관이 있고 필요한 책은 인터넷 서점이 더 싸다"는 것이다. 미용실 주인은 "월간지를 정기구독하면 서점 없어도 괜찮다"고 했다. 하지만 장희숙(40)씨는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문제집 사러 안동 나가는 엄마들'이 많다"고 전했다. 영양에서 차로 60~70분 거리다.

10년 전 서울 종로서적이 폐업했다. 부산의 경우 대표 서점 가운데 영광도서와 문우당을 제외한 한림서원, 동보서적, 광복서점, 청하서림 등이 다 사라졌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1997년부터 가격 할인을 무기로 등장한 인터넷 서점이 도서 소매유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게 되면서 책과 독자가 만나는 접점의 절대숫자가 줄었다는 점에서 심각한 일"이라고 진단했다. 문화가 어디로 가는지, 남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감지할 수 있는 공간의 상실이다. 최혜실 경희대 교수는 "책의 향기와 소리, 지식을 온몸으로 느끼게 해주는 곳을 잃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문화생태계의 중요한 토양인 지역 서점이 없어지면서 독서 환경이 더 황폐해지고 있다"면서 "도서정가제 외에도 지역민과 호흡하려는 서점의 자구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린이책 전문인 일산의 알모책방, 청소년 도서에 집중한 부산 인디고서원, 낭독회와 문화행사를 여는 대전 계룡문고 등은 문제집 안 팔고 할인 없이도 건재하다.

박대춘 한국서점조합연합회 회장은 "서점이 망하면 대개 휴대폰가게, 커피전문점, PC방이 들어온다. 서점의 눈에 보이지 않는 역할을 감안하면 어느 쪽이 삭막한가"라고 되물었다. 극작가 김명화씨는 '서점의 죽음'에 대해 "우리가 정신적인 여유를 잃고 있으면서도 절박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한편 현재 보은군 관내에는 보은읍 삼산초 인근의 청미서림과 중앙사거리에 있는 문화서점이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서점의 명맥을 유지해 오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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