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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티재 철쭉, '안전'에 밀려 싹둑 잘렸다

보은군·경찰·산림청, '교통 안전' 이유로 철쭉나무 훼손
2024. 10.04(금) 22:44

속리산 말티재 입구, 겨울이면 눈꽃이, 봄이면 화려한 힌색과 연분홍 꽃잎을 자랑하던 철쭉꽃 군락지가 휑하니 변했다.

푸르른 잎으로 가득해야 할 철쭉나무는 앙상한 뿌리만 남긴 채 흉물스럽게 변했다.

이 '묻지 마 가지치기'의 주인공은 보은군, 보은경찰서, 그리고 산림청 산하 속리산 말티재 휴양림관계자들이다.

철쭉나무가 교통 흐름을 방해하고 말티재 휴양림 입구 방향의 도로 시야를 가려 교통사고의 위험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일은 산림청 산하 속리산 말티재 휴양림과 보은경찰서, 보은군이 철쭉 제거에 협력해 만들 결과로, 말티재의 명품길을 망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을 만든 것이다.

이들 기관의 주장처럼 안전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말티재의 철쭉은 단순한 나무가 아니다. 지역 주민과 관광객들에게 봄의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소중한 존재였다.

"원뿌리는 남아있어 다시 자라도록 하면된다"는 관계자의 해명에도 아쉬움은 남는다. 철쭉이 다시 자라기까지 걸리는 시간 동안, 말티재의 봄은 어떤 모습일까?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과속 방지턱, 과속 카메라 설치 등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

굳이 말티재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입구 초입의 아름다운 철쭉을 훼손해야 했을까?

혹시 '안전'이라는 이름으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쉽게 잊은 것은 아닐까?

'안전 제일주의'에 매몰되어 '조화'와 '균형'을 놓친 것은 아닐까?

주민들은 "매년 봄이면 반갑게 맞이하던 말티재 철쭉 꽃은 이제 한동안 보기 어렵게 됐다"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이처럼 이번 일은 '안전'이라는 이름 아래 자연의 아름다움이 얼마나 쉽게 희생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하나의 씁쓸한 사례가 됐다.

보은군, 보은경찰서, 그리고 산림청 산하 속리산 말티재 휴양림 관계자는 진정한 '안전'의 의미가 무엇인지, 그리고 자연과 어떻게 공존해야 할지 깊이 성찰 해야 할 것이다.


보은e뉴스 admin@boeun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