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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암행어사 출두야!

"이옥선 할머니가 그리울 것 같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의 명복을 빕니다"
2023. 01.02(월) 14:35

"정승집 개가 죽으면 정승 집 문지방이 닳아 없어지도록 문상객들이 문전성시를 이루지만 정승이 죽으면 개미 한 마리 얼씬하지 않는다"라는 옛말이 있다.

이 같은 옛말이 현실에 와 닿는 일이 생겼다.

보은군에서 오랫동안 머물렀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가 건강 악화로 지난 26일 밤 94세의 일기로 별세했다.

이 할머니는 16살이던 1994년 중국 만주로 끌려가 일본군의 성노예로 고초를 겪은 뒤 2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으나, 위안부 출신이라는 주위의 곱지 않은 시선 때문에 고향인 대구에 머물지 못하고 전국을 떠돌아다니다 2004년 우리지역 속리산면에 작은 안식처를 마련했다.

이 할머니는 이곳에 계시면서 어려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지만 지난 2009년 정부에서 주는 위안부 피해자 생활안전 지원금 등 평생 동안 꼬박꼬박 모아 놓은 돈 2000만 원을 지역 인재 양성을 위해 보은군민장학회에 장학기금으로 내놓기도 했다.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큰 돈을 장학금으로 내놓으면서 이 할머니는 "나라에 인재가 많아야 다시는 나와 같은 위안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는다"라고 말해 진한 여운을 남겼다.

이렇듯 이옥선 할머니와 보은군은 특별한 인연이 있지만, 아쉽게도 하늘의 부름을 받은 26일 이후 보은에서는 이 할머니의 빈소에 조문을 다녀왔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지역을 대표하는 인사들 그 어느 누구도 조문을 가야한다 거나, 갔다 왔다는 소식이 없다.

한 때는 보은에서 평화의 소녀상을 세운다고 경기도 나눔의 집에 머물고 계셨던 이옥선 할머니를 어렵게 모시고와 준공식을 개최하는 주인공으로 삼기까지 했다.

그런데 "정승집 개 죽은 데는 문상을 가도 정승 죽은 데는 안 간다"더니 사람들의 마음이란 알 수가 없다.

그동안 위안부 할머니를 이용하여 밥벌이 수단으로 삼았던 국회의원 윤미향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이옥선 할머니를 위로하고 보살펴 드린 것이 아니라 이용만 한 것은 아닐까.

야박하고 각박한 세상, 한평생 위안부라는 멍에를 짊어지고 불행한 역사의 피해자로 힘겨운 세월을 이겨온 이옥선 할머니, 우리는 이 할머니의 아픈 상처를 역사적 교훈으로 삼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옥선 할머니의 장례식은 29일 오전 8시, 장지는 경기도 광주시 충현공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보은e뉴스 admin@boeun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