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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23일(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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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웨어에 갇힌 보은전통시장, 이제라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200억 원 넘는 예산에도 제자리걸음…주차장 확충만으로는 시장활성화 한계
230억 도시재생, 300만 배후 도시 겨냥한 '주말형 관광시장' 전환 계기 삼아야
2026. 07.07(화) 15:58

민선 9기 출범 첫날이었던 지난 1일, 최재형 군수는 이날 공식 일정 중 하나로 보은읍 전통시장 상인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최 군수는 전통시장 주차난 해소와 이용환경 개선을 위해 130억 원 규모의 제1공영주차장 주차타워 조성, 4억 5,900만 원 예산의 증발냉방장치 설치, 무인정산 시스템 도입 등 '전통시장 기반시설 개선사업'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여기에 더해 같은 날, 보은군은 국토교통부 주관 '2026년도 도시재생사업 지역특화재생 공모'에 최종 선정돼, 국비 137억 원을 포함한 총 229억 600만 원의 대규모 사업비를 따냈다며 성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면서 '리커버리 스테이 in 보은'이라는 주제로 보은읍 삼산리 일원에 복합시설 ‘리커버리 스테이션’을 조성하고, 체류형 관광 기반을 확충해 원도심과 지역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처럼 원도심 재생을 위한 대규모 재원이 마련된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늘 그래왔듯이 수백억 원의 예산을 들여 건물을 새로 짓고 시설을 고치는 것 만으로 벼랑 끝에 선 보은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이 되살아날 수 있을지는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문제는 예산의 규모가 아니라 개발의 방향이었기 때문이다.

◆ 200억 투자에도 변함없는 전통시장, '주차장 만능주의'의 함정

보은군은 지난 10여 년간 '보은전통시장'과 '결초보은시장'에 157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부었고, 최근 5년간은 시장상권 활성화 사업으로 65억 원을 추가로 투입했다.

이렇듯 전통시장 활성화라는 이름으로 그동안 200억 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이 보은전통시장 일원에 투입됐지만, 냉정하게 둘러보면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시장 골목은 10년 전이나 20년 전과 크게 달라진 점이 없고, 주민들의 발길도 뜸하다.

가끔 찾는 외지 관광객들 역시 대추 등 보은의 대표 특산물을 구매하려 해도 어디서 사야 할지 몰라 시장 밖 가게를 헤매는 경우가 적지 않다.

보은이 대추의 고장이라 자부하면서도, 정작 시장 안에서 명품 보은대추를 제대로 판매하는 곳조차 찾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가게를 지키는 상인들 표정 역시 어둡고 무겁다.

그런데 보은군 행정은 늘 손님이 오지 않는 이유를 '주차장 부족'에서만 찾는다.

이번 민선 9기 첫 대책도 결국 130억짜리 주차타워다.

물론 주차 편의는 필요하다. 하지만 시장 자체에 매력이 없다면, 아무리 넓은 주차공간을 마련해도 그 자리를 채워줄 소비자는 없다.

결국 시장안의 주차장은 보조적 수단일 뿐이며, 사람을 시장 안으로 끌어들이는 힘은 먹고, 즐기고, 머물 수 있는 콘텐츠와 체험 요소에서 나온다.

◆ 인구 3만의 한계 극복, '300만 배후 도시'를 주목해야

인구 3만 명 규모 지자체인 보은군에서 군민만을 대상으로 하는 내수 중심의 접근으로는 보은전통시장을 살리는 것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시대는 이미 AI와 온라인 쇼핑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주민들에게 교통 불편만 가중 시키는 고질적인 5일장을 그대로 고집해서는 경쟁력을 찾기가 어렵다.

그러므로 이제는 외지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주말형 관광시장’으로의 변화를 고민해야 한다.

특히 보은에는 이러한 상황을 가능케 하는 조건으로, 다른 지역들이 부러워할 만한 지리적 강점을 가지고 있다.

인구 밀집 지역인 청주, 대전, 세종시가 모두 한 시간 이내 거리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이들 도시의 인구를 합치면 300여만 명에 육박한다.

이 중 단 0.1%, 즉, 주말마다 3,000여 명 안팎만이라도 보은을 찾게 만들 수 있다면, 보은읍 시장 골목 풍경은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

관건은 "얼마나 많이 오게 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오게 할 것인가"이다.

따라서 이번에 선정된 도시재생 사업의 취지 '체류와 소비'를 극대화하려면, 주차장 확충만으로는 부족하다.

텅 빈 보은읍 골목을 주말만이라도 활력이 넘치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보은시장만의 고유한 문화와 이를 살릴 수 있는 콘텐츠 발굴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러한 기반이 마련된다면 가까운 인근 도시민들이 보은을 찾을 이유는 충분하다.

결국 이 같은 가능성을 어떻게 현실로 풀어내느냐가 보은군 행정의 관건이라 할 수 있다.

◆ 차 없는 거리와 '보은 대추' 콘텐츠…과감한 결단과 실험이 답이다

전통의 틀을 바꾸는 일은 늘 구성원들의 반발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반발이 두려워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변화의 기회마저 놓치게 된다.

이미 잘 알려진 전남 장흥의 토요시장, 단양 구경시장, 강원도 정선 아리랑시장의 성공 사례를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 시장은 교통 접근성과 주차시설이 불리함에도 시장골목으로 들어오는 차량을 통제하고 지역 농·특산물과 문화 공연, 먹거리 등을 결합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관광형 시장을 만들어 냈다.

물론 단양과 정선은 주변 관광자원이라는 강한 흡인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보은군 역시 국립공원 속리산이라는 확실한 관광자원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속리산을 찾는 관광객들이 보은읍 전통시장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번 도시재생 사업이 해야 할 일은 건물을 새로 짓는 하드웨어 중심 접근이 아니라, 사람을 끌어들이는 콘텐츠 중심의 소프트웨어로 끊어진 흐름을 잇는 것이다.

국립공원 속리산과 보은읍 원도심, 전통시장과 주말형 관광시장을 하나의 동선으로 묶어야 한다.

그 출발점은 거창한 건물을 하나 더 짓는 데 있지 않다.

주말 동안만이라도 보은읍 중심 거리를 차 없는 거리로 만들고, 그 공간을 보은만의 농특산물과 먹거리, 공연, 체험이 어우러지는 시장으로 바꾸는 실험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보은이 가진 명품 '보은 대추'가 있어야 한다.

◆ 민선 9기 보은군행정의 용기 있는 리더십을 기대하며,

그동안 보은군 행정은 지역 상권 침체의 원인을 상인들의 의식 부족으로 돌리거나, 단기적인 소비지원형 정책(결초보은카드, 민생지원금 등)에 만족하며 근본적인 대책에는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이것 만으로 전통시장의 체질을 바꿀 수는 없다.

결초보은카드 등 생활물가 안정이 '오늘'을 위한 행정이라면, 시장 활성화와 원도심 재생은 보은군의 '내일'을 위한 정책이어야 한다.

보은전통시장을 살리는 일은 시장 상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농민과 식당, 숙박, 관광 등 보은군 전체의 미래를 좌우하는 핵심 과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로 투입될 230억 원 규모의 보은읍 도시재생 예산이 또다시 외형만 그럴듯한 시설 개선 사업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방향부터 달라져야 한다.

"보은 전통시장에 가면 좋은 보은 농특산물을 믿고 살 수 있다"는 신뢰를 만들고, 외지인들이 일부러 보은시장을 찾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결국 중심에 서야 할 것은 건물과 주차장이 아니라, 사람을 끌어들이는 콘텐츠와 운영 전략이다.

그 방법 중 하나가 주말관광시장을 통해 거리에 대한민국 최고의 브랜드인 '보은 대추'를 채워 넣는 일이다,

대추 직거래 장터, 대추 디저트 거리, 대추로 만든 음식 판매장, 대추 카페, 대추빵, 대추차, 대추 막걸리까지.

보은만의 특색을 살린 먹거리와 볼거리를 시장 안에 담아내고,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오게 만드는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따라서 지금 보은군 행정에 필요한 것은 공모사업 선정 성과에 머룰 것이 아니라, 기존의 방식을 과감히 바꾸는 '발상의 전환'과 '결단력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민선 9기를 시작한 지금이야 말로 보은군 행정이 새로운 방식으로 보은군의 미래를 새롭게 증명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보은e뉴스 admin@boeunenews.com